(컬럼)누 름 돌
(컬럼)누 름 돌
  • 천홍석 기자
  • 승인 2021.07.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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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픈 시절을 견디어 냈으리라...
누름돌
누름돌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동선도 한정되고 연일 지속하는 폭염으로 인해 집과 사무실에 들어앉아, 본의 아닌 억지춘향식 피서 아닌 피서를 즐기고 있다.

휴일 하릴없는 중 읽은 책의 내용 중에, 어릴 적 어머니께서 냇가에 나가 누름돌을 한 개씩 주워 오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누름돌은 반들반들 잘 깎인 돌로, 김치가 수북한 독 위에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하거나, 두부를 할 때 두부를 더욱더 단단하게 해주는 돌이다.

처음엔 그 용도를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어머니를 위해 종종 비슷한 모양의 돌들을 주워다 드렸다. 생각해 보니 옛 어머니들은 누름돌 몇 개씩은 품고 사셨던 것 같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텐데, 누름돌로 자신을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픈 시절을 견디어 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과 갇혀있는 상황 속에, 무기력한 나에게 울컥 화가 치밀 때마다, 나에게도 그런 누름돌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스쳐 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주제넘게 욕심내다 깨어진 감정들을, 지그시 눌러주는 그런 돌 하나 품고 싶다.

 

벌써 7월도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2년 전 연말부터 시작된 사회적 격리와,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 지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끝이 안 보인다.

그로 인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인다는 것이, 힘든 요즘이다. 그래서 누름돌에 대한 글이 내게 다가오는 듯싶다.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상황이, 누구의 잘못이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닌것은 확실하다,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자연의 순리와 이치에 순응하지 못하고 편리와 이익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역류하는 우리 모두의 이기와 욕심에서 비롯된 이유라 생각된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가르침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다.

 

지금 이 팬더믹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적당한 거리 두기와, 더불어 각자 개인의 조화로운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분노와 좌절 그리고 견디기 힘든 거리 두기로 불편할 때, 거친 마음을 누를 수 있는 누름돌의 무게를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름돌이 시원한 얼음의 무게를 줄 수도 있고 입이 거칠 정도의 불평이 나올 즘엔, 부드럽게 막아줄 청량(乘凉) 한 마스크가 될것이라는 바램으로, 오늘도 견디기 힘들 만큼 덥다. 그래도 더운 여름을 누를 수 있는, 찬바람의 겨울이라는 생각의 누름돌의 무게를 느끼고 싶다.

안용원 객원교수
안용원 객원교수

안 용 원  용인대학교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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