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국회의원, 부품가격 꼼수 시정해야
자동차관리법 개정 법률안 대표 발의
저는 지난해 2월 자동차 주요부품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자기인증 요령에 관한 규정(고시)’를 개정했으며, 지난 8월 2일부터 자동차 제작사 등으로 하여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부품 가격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이 제도는 국민과 언론의 박수를 받았음에도 자동차 제작사 등의 꼼수 때문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 등이 부품가격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아주 찾기 어려운 곳에 게재하거나 가격정보를 영문으로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정보를 쉽게 얻는 걸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부품가격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을 낸 국회의원으로서 자동차 제작사들의 이런 기만적 행위를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정부에 조속한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제가 <자동차관리법 개정 법률안>을 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제작사 등에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의무는 부과하고 있었지만, 부품가격을 공개하는 방법과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제작사 등은 고객이 문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부품가격을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데 그쳤습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부품을 교체할 경우 가격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정비업체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정비업체가 정하는 부품들의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소비자들은 정확한 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늘 바가지를 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드리고 정비업체들에 대해서는 공정한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겁니다.
‘국내‧국외 자동차제작자 등에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하고, 공개 방법과 대상 등 자동차부품 가격자료의 공개에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처리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동차 제작사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제가 낸 법안이 지난해 6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9월 17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8월 2일부터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정부는 치밀한 세부지침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자동차 부품명을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검색해야 해당 부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홈페이지에서 가격 조회란을 찾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거나 두 번, 세 번의 과정을 거쳐야 가격 조회와 관련이 있는 페이지를 열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업체들이 꼼수를 부린 탓이지만 가격 공개방법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치밀하지 못한데서 생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부품가격을 조회하려면 회원가입을 하게 하거나 개인정보수집 이용에 동의하도록 하는 등 역시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정부가 치밀하고 구체적인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의 부품가격 공개가 시늉에 그치고 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자 국토교통부는 “아직 도입단계인 만큼 시간을 두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률 개정 이후 1년이란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가격 공개방법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안이한 행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행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법을 지키는 시늉만 하면서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그걸 철저하게 이행하려고 노력한다면 꼼수를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한 언론에 보도된 한 외국 자동차업체의 부품가격 공개는 모범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업체는 10만여 개의 부품내역과 가격을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관계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고 합니다.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부품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애썼다”는 이 업체를 다른 업체들도 본받아야 할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업체들, 자동차 부품협회 관계자 등과의 논의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부품가격 공개방법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제 와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자동차 업체들의 꼼수 공개가 문제로 지적된 만큼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도 각성해야 합니다. 정부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라도 소비자들이 부품가격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표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현재와 같은 꼼수공개는 용납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업체들이 스스로 문제를 먼저 바로잡기 바랍니다.
2014. 9. 16.
새누리당 용인을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이 상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