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죽이려는 정부
박정희 ㆍ전두환 언론통제 흡사
이날 언론·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권은 위헌적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며 “정부가 사이비 언론 폐해를 개선 한다며 추진 중인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개정안은 21세기 형 언론통제로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이 언론사에 대한 정부 인허가를 무기 삼아 언론을 통제한 것과 흡사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신문법 개정안 시행령은 시대착오적인 내용”이라며 “게다가 기존의 인터넷신문에게도 소급적용하면 종이신문이나 방송 등의 언론매체와 형평성 파괴는 물론 ‘소급입법 금지’라는 헌법 가치를 정부 스스로 짓밟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에 대한 법적 장치는 국회입법이 원칙인데도, 행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신규 인터넷신문의 시장 진입을 통제하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축소시키는 위헌적 발상”이라면서 “입법부는 당연히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인터넷신문의 시장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은 종편에 대해 막대한 특혜를 주고, 방송통신심의위가 일부 종편이나 친여적 매체에 대해 솜방망이 심의를 하면서, 비호하고 있는 것에 비춰 대단히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신문은 그 성격상 진보성향이고, 세계화 시대정신에 입각한 언론 활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 며 “정부가 유독 인터넷신문만을 찍어내어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은, 언론시장의 수구 보수화를 강화하고, 진보성향 매체의 씨를 말리겠다는 악의적 발상에 의한 조치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내 대중매체 시장은 수구부수 언론이 9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면서 “새가 좌우 날개로 날 수 있듯이, 언론 시장도 보수와 진보가 균형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현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사이비언론 폐해를 앞세우고 있으나, 사이비 언론은 관련법에 의해 철저히 처벌해서 정상적인 언론만이 존재토록 해야 하고, 이는 현재의 관련 실정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만 사이비언론 위험성이 높다는 식의 낙인을 찍으면서, 창업의 장벽을 높이는 것은 헌법 수호에 등을 돌린 권력의 횡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사이비언론이란 공익과 공공성을 외면한 채 언론의 탈을 쓰고, 사사로운 이익을 강탈하는 언론을 지칭한다. 정부가 전체 인터넷신문이 사이비언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놓은 자료들은 검증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엉터리 자료를 앞세워, 인터넷신문 시장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치권력이 언론 통제 목표부터 세워놓고, 이를 강행하려는 독재적 저의가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면서 “정부의 이런 행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이유라며 외치던,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의 친북 용공 내용이 전혀 사실 무근인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실제 언론에 먹칠을 하고 전체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입히는 사이비 언론 행태는, 거대 언론매체가 자행하는 것이 관련 자료로 입증되고 있다”며 “광고주협회 등이 최근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밝히면서도 그를 밑받침하는 자료는 내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언론 통제와 함께 시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표현의 자유 봉쇄와 민주주의의 다양성 보장 유린으로 지탄받고 있다” 면서 “박 정권은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들 반민주적 조치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문체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개정안의 핵심은 등록기준 강화다.
인터넷신문 등록 신청 시 기존 취재‧편집 인력을 기존 3명에서 5명 이상으로 늘리고, ‘취재 및 편집 담당자 명부’ 제출 대신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가입내역 확인서’로 변경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7월 23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등록제강화 논의가 나온 이후, 한 달 만에 현실화됐으며, 1년의 유예기간 거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개정안이 통과 될 경우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역 인터넷언론들이 직격탄을 맞아, 인터넷매체의 85%가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 자유특별위원회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어떤 법이든 시행 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게 상식. 그러나 문화부는 입법예고 전 단 한 차례도 우리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신문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매출액 1억원 미만의 인터넷신문은 조사 집단의 85.1%에 달하고,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는 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도형래 사무총장은 “연매출 1억 미만 사업자가 5명의 상시 인력을 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면서 “결국 시행령은 전체 인터넷매체의 85% 이상을 정리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인터넷매체의 난립으로, 온라인 영향력이 오프라인에 비해 떨어지는,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가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이들의 프레임이 자주 노출되는 걸 선호하는 정부여당과, 사이비 인터넷매체의 광고요구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뷰징을 비롯한 온라인에서의 저널리즘 황폐화에 대한 책임을, 인터넷신문으로 돌려 주류언론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기존 언론권력을 독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김철관 회장은 “전국에 5900여개의 인터넷언론사가 있다. 인터넷언론이 인력이 적다고 양질의 기사를 못 내는 식으로 문화부가 개정안을 낸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1인 미디어가 백악관출입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며 “소수 언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자유가 척박해진다는 것이며 시행령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소원을 통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한웅 변호사는 “언론영역은 정부의 간섭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저질언론은 자연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고,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시행령을 두고 “군사정권이 생각할 수 있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명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정책위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시민들의 거대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상이 엄혹하면 늘 기자의 자격을 물었던 것 같다. 자격시비 의도는 정치적 의도가 있고, 일부 언론권력과 정치권력과의 공모관계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정파성에 따라 갈등을 부추기고 오보를 주도해온, 주류언론이 질 낮은 저널리즘에 대한 책임전가용으로 인터넷신문의 저질성 시비를 거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홍 연구원은 그러면서 “시행령 무력화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 전반의 질을 확보키 위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면서 “1인 미디어 시대에 사람 수로, 언론의 기준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사람 명수에 따라 뉴스의 질이 좋아진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