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선거구획정 또다시 결렬

여,야 모두 파행책임 떠밀어

2012-02-13     천홍석 기자

9일 현재 19대 총선 선거구획정이 새누리당과 민주당간의 협의가 파행 되면서 선관위 요청 시한을 넘긴 상태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중앙선거 관리 위원회에서는 “선거구 획정 안을 9일까지 처리하지 못한다면 11일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재외선거인 명부를 만드는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 명부작성 등 선거의 실무적인 작업을 위해서도 9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개특위에서는 이러한 선관위의 주장을 무시하며 9일 결국 파행 되었다.
한편 선관위에서는 "이대로라면 선거구 획정도 안 된 상태로 선거인 명부가 작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렇듯 여야 간 선거일정에 대한 차질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듯한, 어쩌면 의혹만 증폭되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개특위의 파행이 선거구 획정문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서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가에 정확한 소식통들은 “실상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되어서가 아니라, 이미 밀실 야합을 통해 양당의 이해관계가 거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을 공개 하였을 때, 또 다른 야당과 언론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두려워 양당에서 생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안이란?
한편 이번 19대 총선에서 위헌의 소지가 큰 것으로 알려지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선거구 획정 안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경기 파주,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지역구로 신설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3석 줄이는 기존의 획정 안을 고수했고. 민주당은 경기 파주, 강원 원주, 세종시 뿐만 아니라 경기 용인 기흥에도 지역구를 신설하고, 영남 3곳, 호남 1곳의 지역구를 줄이는 4+4 획정 안으로 맞섰다.그러나 선거구 획정 역시 분구를 하지 않으면 위헌이 되는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의 선거구만 둘로 나누고 합구 대상은 그대로 놓아둔 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세종시 지역구신설에 대한 결정만 남아있는 상태다.
결국 18대 국회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마지막 합작품인 셈이다.

9일 정개특위가 파행되면서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새누리당이 총선 전망이 밝지 않으니 선거구획정 지연을 빌미로 해서, 선거일 연기를 꿈꾸는 것 같다"며 "선거구획정이 지연돼 선거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전적으로 새누리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한편 새누리당 주성영 의원은 "정치 모략이다. 앞에서는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작태를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선거구를 확정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며 반박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정개특위의 잘못된 행태가 이번뿐만 아니라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탐욕, 몰염치, 이기심, 무능, 나태 등등 정치권의 행태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는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 아무리 독한 말로 비난한들 욕먹는 데 이미 면역이 생길 대로 생긴 정치권인지라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일 뿐 아무 소용이 없다. 정치권의 개과천선을 기다리기보다는 정개특위 활동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개특위 활동 시기가 문제다. 매번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선거법 개혁을 논의하니 여야 간에 제대로 합의점을 찾을 리 만무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선거구 획정은 말할 것도 없고 석패율제도, 모바일 투표, SNS 선거운동 등 정당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을 다루어야 했으니, 짧은 시간 안에 합의점을 찾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 정당도 총선 승리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이니 정개특위 활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시선도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야권통합 그리고 각 당의 공천위원회 구성에 쏠려 있던 터라 정개특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 선거법 개혁과 관련된 사안들은 적어도 선거 6개월 전에는 결정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정개특위 활동주체의 문제.
선거법과 정당법 개혁 모두 정치인들이 이해 당사자이다.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정당 간에, 그리고 의원 간에 유불리가 명확해지니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의 본질적 목적이 권력 획득에 있는지라 정치인들의 탐욕과 기득권만을 탓할 문제도 아니다. 개혁안 작성뿐 아니라 결정의 상당한 권한을 국회가 아닌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이양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정개특위 활동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소수 의원들로 구성된 특위와 소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밀실협상이고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특위 활동을 일찌감치 시작하면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당원과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를 열어두어야 한다. 모바일과 SNS 기술을 투표와 선거운동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활용해야 한다. 모든 회의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면서 국민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권이 추구해야 할 국민과의 소통방식이다. 또한 정개특위 활동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여전히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 모두가 아직도 정치의 위기, 정당의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4월 총선을 치른 다 면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처럼, 여야 모두가 패배자가 되어 국민들에게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1년도 초부터 여,야는 앞 다퉈 각종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었다.
대표적인 제도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일명 석패율)’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넘겨주는 ‘완전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 재외선거우편등록 등이었다.
여야 모두 선거개혁과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건 비슷한 수준의 주장을 해 금방이라도 도입될 것처럼 보였지만 줄줄이 무산되는 양상이다.또한 올해 초 정계를 강타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터지자, 여야는 당 대표 경선을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역시 공염불이다.
석패율과 오픈프라이머리는 여야 대표들까지 나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선거구 획정에 발목이 잡혀 깊이 있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돈 봉투 방지를 위해 ▶당 대표 경선 선관위 위탁 ▶선관위의 조사권 신설 ▶범죄 신고자 포상금 지급 등에 합의 했으나, 결국 자기들 목줄을 스스로 죌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 듯 없었던 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여,야는 9일 현재까지 선거구 획정 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으나, 정가에서는 여,야 간사가 빠른 시일안에 협상을 벌인 뒤 16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처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