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야당 요구사항 모두거부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말 그대로 희망 섞인 기대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당 입장에선 '긴 기다림, 짧은 만남, 빈손 회담'이었다.
주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에 '담판' 형식으로 이뤄진 회담은, 서로 간에 높은 불신의 벽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사과와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을 둘러싼 관련자 문책 요구 등, 김 대표가 꺼낸 7개항 요구 중 어느 것 하나 수용하지 않았다.

정기국회 파행이 추석을 넘어 훨씬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 2일 문을 연 9월 정기국회는 이미 아무런 활동 없이 벌써 2주를 흘려보냈다.
아직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은커녕 지난해 정부 예산의 결산 심의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국가 재정의 골간이 될 세제 개편안,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전·월세난 해소를 위한 '8·28 부동산 대책' 관련 법률안,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경제 살리기 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려던 여당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포함한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도 대기상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타협과 양보 보다는 기 싸움을 벌일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의 여야 대치 정국이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한 여권은 여권대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대신 거리에 머물고 있는 야당은 야당대로 "민생을 외면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그러나 아직 정기국회가 초반인 만큼 여야가 '따가운' 추석 민심과 '차가운' 경기를 확인하고 나면 결국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저작권자 © 용인종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